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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번호표는 없나요? 쿠바 은행 줄서기카테고리 없음 2020. 4. 30. 11:51
이틀 만에 여행경비 400유로(약 400 쿡 정도)는 다 써 버렸다.
호텔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환전도 해주겠다고 한다.
칸쿤에 가서 쓰려고 준비해온 달러가 있어,
당장 지불해야 하는 60 쿡을 위해 하는 수 없이 100달러만 쿡으로 환전했다.
듣던 대로 쿠바의 달러 환율은 형편없었고, 수수료도 어마어마했다.
$100가 87 쿡 이라니...
달러 환전은 아무래도 손해인 것 같아서,
낮동안은 베다도 지역을 배회(?)할 계획이기도 한터라,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나시오날 호텔 환전소에 가서 카드로 쿡을 인출해보기로 했다.
나시오날 호텔 가는 길 도로변에 은행이 눈에 띄었는데,
줄 서기는 포기했다.
좀 황당한 이유이긴 한데... 줄을 어떻게 서야 할지 몰라서였다...
쿠바엔 줄 서기 미션 같은 게 존재했다.
맨 마지막 대기자를 찾아 그 사람이 누군지를 기억했다가 내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새로운 사람이 와서 마지막 순서를 물어오면 나라고 알려줘야 했다.
스페인어를 못하는 우리 일행.
얼핏 보아도 30명 이상은 되어 보이는 대기자 무리에서
'누가 진정한 마지막 대기자'인지를 찾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5분가량 쭈뼛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왔고,
우린 이쯤에서 줄 서기는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획대로 도착한,
<나시오날 호텔 - 지하 1층 환전소>
투숙객들을 대상으로만 환전을 해주는 것도 같았지만,
신분 확인(투숙객 여부)은 따로 안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기계고장으로 신용카드 인출은 불가능이란다...
인근 '카프리 호텔'은 환전을 물어보니, 호텔 투숙객만 된다며 매몰차게 안된단다.
두어 개 정도 더 발견한 다른 은행들도 대기인원으로 넘쳐났고,
그렇게 오전 시간 내내 방문한 은행들과 호텔 환전소에서의 소득은 전혀 없었다.
20분가량 인도를 걸었지만,
큰 도로 옆이라 올드카 매연을 내내 들이마시며 걸어 나온 보람도 없이,
다시 매연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 200달러를 쿡으로 더 환전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라 은행에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라고 한다...
점심 예약을 해둔 터라, 나시오넬 호텔 근처의레스토랑 로렌까지는 다시 매연 택시를 탔다.
(이런 이유였을까, 아날로그의 낭만을 찾아왔던 아바나에서 편도염을 얻어 떠났던 기억)
<로렌>
여기도 호텔 매니저의 추천 레스토랑였다.
피망 속을 채워 튀겨낸 피망 요리와 리조또를 주문했다.
맛은 괜찮은 편.
이곳도 직원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있었고.
겨울이 아니니 옷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알리고 있는 듯했다.
한편에선 '럼' 시음 행사도 했는데,
뭔가 페키지 여행의 쇼핑 강매같이 보였지만,
누구에게도 구매를 강요하진 않았다.
소개된 럼은 170년 역사가 있는 브랜드라고 했고,
가격은 100 쿡대였다.
당시에도 비싸다고 생각했었지만,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도,
'럼이 이렇게도 값비싼 주류였던가?'라는 생각이 든다.
럼 맛을 잘 모르긴 하지만, 위스키에 가까운 맛이었고,
가격을 듣고 마시는 공짜술이라서 그런지 독하긴 해도 부드러운 느낌?
저녁시간까진 또 한참의 시간이 있었다.
호텔을 나설 때만 해도
베다도 거리나 쇼핑센터를 둘러볼 계획였지만,
오전 내내 매연으로 고생한 나의 편도와 폐를 위해,
더 이상 도로변을 거닐거나 차를 타고 싶진 않았다.
매연이 없는 곳이라면 대환영!
여행일: 2019년 12월 23일